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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재배성장일기

수경재배는 토양(흙) 없이 물을 이용하여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과 이에 필요한 기술을 의미한다. 수경재배에서 산소와 양분은 물을 통해 공급하고, 식물체를 지지하는 역할은 배지나 구조물이 담당 한다. 작물의 생육에 따라 적기에 필요한 양만큼의 양분을 공급하여 최고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원리이다.

  • 국립원예특작과학원
  • 2017 년
  • 3,808
시나리오

 제목 : 수경재배 성장일기


@수경재배란? 
싱싱한 토마토, 한눈에 봐도 크고 깨끗한 인삼,파릇파릇한 쌈 채소들...
모두 흙 없이 물만 먹고 자란 농작물들입니다. 이렇게 흙(토양)없이 물을 이용하여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수경재배라고 합니다.
작물의 생육에 따라 적기에 필요한 양 만큼의 양수분을 공급하여 최고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는 원리의 농업기술인데요.
최적의 성장 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주는 수경재배기술.
과연 실용적인 수경재배 방법은 언제 시작되어 발전하여 왔는지, 그 과정에 대해 알아봅니다.


<인터뷰 : 여경환 연구사 / 국리원예특작과학원>
"농촌진흥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7년 현재 채소수경재배 면적은 약 2,811ha로 이중 딸기, 파프리카, 토마토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품목의 수출증가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화훼작물의 경우, 전체 수경재배면적은 채소재배 면적에 비하여 낮은 실정인데요. 난방비가 많이 요구되는 장미 등의 면적은 점차 감소하고 분화류의 면적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경재배의 탄생
물작을 키우는 것, 즉 재배는, 흙에서 재배하는 토경재배와 물에서 재배하는 수경재배로 나눌 수 있습니다.
토양(흙)없이 물을 이용하여 작물을 재배하는 수경재배는, 토양 대신에 물이나 배지에, 생육에 필요한 무기양분을 녹인 배양액을 공급하여 작물을 성장하게 합니다. 아주 오래전, 식물이 물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 최초의 과학자가 있습니다.
17세기 벨기에의 화학자인 반 헬몬트는 2kg정도 되는 버드나무를 약 90kg의 흙을 담은 큰 화분에 심고 물만 주며 재배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5년 동안 재배한 결과, 버드나무는 약 75kg으로 성장했으나 흙은 57g정도만 감소한 것을 보고, 그는 물이 식물을 키웠다는 이론을 제시 했는데요. 당시에는 영양성분(질소, 인산, 칼륨등)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점을 고려 할 때 식물생장의 원인을 찾아본 최초의 체계적인 실험이었던 셈이죠.
반 헬몬트의 뒤를 이어, 과학에서 식물이 성장하는 원인을 찾아내는 연구결과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1699년 영국의 우드워드가 스피어민트를 심고 물의 종류를 달리한 실험에서, 토양과 물은 상호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데요.
빗물, 템즈강 물, 하이드파크의 하수 등 각기 다른 물을 주어 기르면 토양 유무에 따라 빗물을 기준으로 템즈강 물은 1.5배, 하이드파크의 하수는 8배, 잘 가꾼 정원의 흙을 섞어 하이드파크의 물로 키운 것은 16배가 성장하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 물 안에 무엇이 있을까요? 물이 식물을 자라게 하는 것은 맞지만, 사실 토양에는 물의 역할에 도움을 주어 작물의 성장을 만들어 내는 요소가 있었습니다.   
스위스의 소쉬르는 식물이 물과 공기를 이용하여 자체적으로 양분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최초로 보고하였고 다른 학자들은 토양중의 어떤 성분이 물에 녹아 식물에 같이 흡수되는 것을 발견하여 그것을 양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독일의 삭스는 토양이 아닌 무기영양소, 미네랄을 물에 녹여 식물을 키워내어 영양액 만으로도 성숙기까지 자란다는 것을 증명 했는데요. 이는 식물이 자라면서 어떤 영양분을 얼마나 흡수하는지를 보기 위한 실험이었으며 지금도 이 방법은 생리장해 등의 연구에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흙이 필요없다?
그럼, 흙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토양에 포함된 질소, 인산 등은 관수, 강우 등을 통해 물에 닿거나 뿌리와 접촉하면 녹아서 식물체에 흡수됩니다.
식물의 뿌리는 필요한 양분을 토양으로부터 흡수할 뿐만 아니라, 식물체가 서 있을 수 있도록 지지하는 역할도 하는데요.
수경재배에서 식물체를 지지하는 역할은 토양대신에 배지나 구조물을 이용합니다. 최초의 수경재배에서는 나무, 철망 등으로 만든 판에 구멍을 뚫어 식물체가 판과 닿는 부위를 스펀지 등으로 감싸는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이후 자갈을 이용한 역경, 모래 등이 쓰이다가 점차 인공토양인 하이드로볼(난석). 질석, 퍼라이트 등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진짜 물로만 작물을 키울 수 있다?
수경재배 원리는 밝혀졌으나 실용화까지 이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려 1920년대에 작물생산 방식으로 관심을 끌게 되었는데요.
최초의 실용적인 양액재배는 1929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윌리암게릭에 의해 확립되고 1936년에 하이드로포닉스(수경재배)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1940년에는 원예작물의 무토양 재배법에 대한 지침서를 펴내 수경재배를 널리 알리고 상업화를 가속화 하는데 기여를 합니다.
2차 세계 대전 중 태평양 군도에 주둔한 미군은, 게릭의 수경재배법을 응용하여 남태평양 섬에서 자체적으로 채소를 생산합니다.
그리고 1946년 일본에서는 미군에 필요한 채소의 공급을위해 수경재배가 도입되고 미국의 수경재배 기술을 기반으로 일본은 수경재배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됩니다.


<인터뷰 : 여경환 연구사 /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우리나라에서는 1954년 중앙농업기술원에 10ha의 온실을 만들어 수경재배에 대한 기초연구가 시작되어 채소 주년공급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나, 그 후 약 20년간 중단되었다가, 1970년대 말부터 원예시험장을 주축으로 재개되어 현재까지도 활발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습니다. 1970년대 말 순수수경재배와 1990년대에 각종 고형배지를 이용한 수경재배 등의  연구가 이루어졌고요.
1990년대 전후로 과채류와 엽채류 재배에 적합한 표준배양액이 개발이 이루어졌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고가의 외국산 양액자동공급시스템을 대체하는 한국형 양액 자동공급시스템도 개발 보급되었습니다."


@부족한 자원 극복을 위해 수경재배 확산
2차 세계대전의 주 무대였던 유럽에서는 상하수도, 농업기반, 생필품 생산기반 등이 무너지고 부족해진 농지, 물자부족 극복을 위해 지력에 관계없이,친환경적으로, 적은 규모에서 높은 생산성을 올리며, 날씨의 영향을 적게 받는 수경재배법이 유럽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됩니다. 식료품이 부족하였던 유럽에서 수경재배가 도시농업을 활성화 하는 계기가 된 셈이죠.
이후 수경재배 기술은 조금씩 진화합니다. 수경재배 기술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연구 결과도 등장하는데요.
단순한 식물의 지지물을 토양과 비슷한 환경을 제공하는 배지로 바꾸기도 하고, 식물의 지지물로 자갈 이외에 모래, 나무껍질, 피트모스등 다양한 물질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덴마크의 그로단사에서 농업용 암면을 1968년 만들어 70년대부터 유럽 전역에 확산되었는데 암면은 뿌리 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한 포기가 물로 전염되는 병에 걸릴 경우 기존 수경재배법은 급속도로 모든 식물체로 확산되는데, 암면재배법은 걸린 포기만 제거하면 됩니다.


@난관에 부딪치게 된 수경재배
장점을 찾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던 수경재배 기술, 그러나 탄탄대로만은 아니었습니다. 
몇 가지 어려움과 한계에 부딪치게 되는데요. 수경재배 기술은 대부분의 농업기술과 마찬가지로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으로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특히, 초기 시설투자비용이 너무 많이 필요한 것은 큰 단점으로 부각되고, 사용된 양액을 버릴 경우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도 발견됩니다. 그리고 배양액의 온도 유지, 정전 등의 비상사태에 양·수분 및 산소 공급이 멈추면 식물체가 죽는가 하면, 친환경 병해충 방제가 필요해 지면서 대안을 찾게 됩니다.


<인터뷰 : 여경환 연구사 /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내 수경재배 농가의 대부분은 비순환식 양액공급 방식으로 재배과정 중 배출되는 배액의 잔여비료 성분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물·비료의 과다 사용 등의 문제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농촌진흥청에서는 배액을 재활용하는 한국형 친환경 순환식 수경재배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주요 개발기술은 재활용이 가능한 유기배지(organic substrate)를 이용하여 한국의 기후에 맞는 생육단계별 순환식 표준배양액 조성, 배액과 유기배지 재사용 기술, 배액의 친환경 살균소독시스템으로 구성됩니다."

 
@수경재배의 한계와 극복
수경재배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사용된 기술은 배지를 이용한 배지수경재배입니다.
식물의 지지역할로만 생각했던 배지는,구성 물질에 따라 토양의 역할을 일부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하이드로볼, 암면 , 질석, 펄라이트 등 다양한 자재로 그 기능을 한층 더 합니다. 최근 보급이 활발한 코코넛 코이어, 피트모스 등의 유기재료는 재사용 및 재활용이 유리하고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습니다. 두 번째 기술은, 수경재배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주면서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친환경농법인데요. 토양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토양으로 인한 농산물 오염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며, 청결도나 작업 편이도가 토양재배에 비해 유리합니다.
또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천적곤충을 이용하여 해충을 방제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겠죠?!
세 번째는 시설원예 전반에 보급된 IT기술을 활용하는 것인데요. 생육기간 중 일일이 사람이 측정하여 조절해야 했던 양액의 PH나 EC(전기전도도)를 센서가 한꺼번에 자동으로 측정하고 조절하여 인건비와 관리노력이 훨씬 줄어들게 됩니다.


<인터뷰 : 여경환 연구사 /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최근의 농업환경은 농촌인구가 줄면서 점차 고령화되어 가고 있고, 농업노동은 육체적으로 힘이 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화학비료와 농약의 무분별한 투입은 토양과 지하수의 오염을 가져오고 이것은 결과적으로 농산물의 오염으로 이어져 국민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습니다. 국민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소비자들은 보다 안전하고 고급화된 양질의 농산물을 요구하고 있고, 생산자들은 자동화된 시설에서 편안하면서도 생력적인 재배시스템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농업생산방식이 바로 수경재배이다."


수경재배 기술은 토양재배에 비해 2~3배 이상 생산성이 높고, 수확기를 단축시킬 수 있어 안정된 농산물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수단입니다. 그리고 미래 농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스마트온실, 식물 공장 등의 작물재배에 적용되는 기본 기술이기도 한데요. 유망 농업분야로 그 성장이 멈추지 않기 위해서는, 그동안 생산농가의 소득확보 목적이었던 엽채류와 과채류 중심에서 한걸음 나아가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작목을 개발, 확산하여 고부가 가치를 실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