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사후대책 모두 헐거워…촘촘한 재난안전망 구축해야

  • 등록일 2024-07-29
[사진]예방·사후대책 모두 헐거워…촘촘한 재난안전망 구축해야



7월 집중호우는 농작물 1만2146㏊ 침수, 농경지 151㏊ 유실·매몰이라는 상흔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에 따른 풍수해가 이변이 아닌 일상이 될 것으로 본다. 농업분야는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체계적인 대응책이 절실하지만 사전·사후 대책 모두 헐겁다. 노후화한 시설의 보수·보강 부진, 적은 재해복구비 등이 주된 문제로 자리한다.

◆상시화한 풍수해=자연재해 가운데 큰 타격을 주는 것이 풍수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농업 부문 풍수해 방재를 위한 과제: 호우와 태풍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자연재해 피해액(5927억원)의 97.3%가 풍수해로 야기됐다.
농업·농촌은 특히나 풍수해에 취약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2022년 군지역의 우심 피해는 104회로, 시(55회)·구(19회) 지역보다 빈번했다. 우심 피해는 국고 지원 기준 이상 발생한 피해로 대부분 호우·태풍에서 비롯된다. 집중호우가 이어진 2020년은 침수된 지역의 88.1%(14만494㏊)가 농경지였다.
김수린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향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풍수해의 발생 빈도·규모 모두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적극적인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후한 시설…보수는 하세월=농업재해를 최소화하려면 사전 대책을 촘촘히 수립해야 하지만 구멍이 많다.
우선 농업생산기반시설 관리가 미진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30년 이상 노후화한 시설 가운데 저수지는 96.5%(1만6708개)에 달한다. 안전 진단 결과 ‘미흡 이하(D∼E)’ 판정을 받은 시설물(763개)도 저수지가 71.3%(544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노후화한 시설은 신속하게 보수·보강해야 하지만 적은 예산, 한국농어촌공사와 시·군 지방자치단체로 이원화한 관리체계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전체 시설의 약 80%가 지자체 관리구역에 쏠려 있어 원활하게 보수·보강되지 않고 있다. 시설 관리체계를 국가로 일원화하자는 주장이 뒤따른다.
연령·작물별 특성을 고려해 농민에게 구체적인 풍수해 예방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농촌진흥청은 장마철을 앞두고 누리집·팸플릿 등을 통해 ‘농작물 및 농업시설물 안전관리 요령’과 ‘농작물 재해예방 관리 기술 정보’를 전하고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농민 가운데) 고령자 비율이 높은 점을 고려해 농업기술센터와 협력을 토대로 풍수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면 지도를 확대하고, 농가별 작물을 고려한 맞춤 정보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품목별 기상 피해 방지를 위한 기술대책’ 등을 통해 ▲밀·대두·과수 등 작목에 따라 시기별로 주의해야 할 기상현상과 피해 방지 대책 ▲재해 종류별 방재 대책 및 보험·공제 가입 등 맞춤형 정보를 안내한다. 이에 더해 고령층이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시정촌(기초지자체)이 지역별 피난 경로, 방재시설 위치 등을 설명한 ‘우리동네 재해예측도’를 제작·배포한다.

◆사각지대 넓고 실효성 낮은 사후 대책=농민의 재해 안전망은 크게 농업재해 복구지원제도와 농업재해보험 등 두축으로 나뉜다.
문제는 이 안전망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현재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대상 품목은 73개다.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농민은 정부가 지원하는 재해복구비에 의존해야 하지만, 재난지수 300 이상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재난지수는 피해면적 등에 작물(시설)별 지원 기준지수를 곱해 산정한다. 재배면적이 작은 영세농은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재난지수가 기준보다 낮을 경우 지자체가 재정 여건을 고려해 지원금을 지급하긴 하지만,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의 농민은 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낮은 재해복구비 지원 수준도 농가를 위태롭게 만든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재해복구비 지원 단가는 실거래가 대비 60% 수준”이라며 “‘농어업재해대책법’상 국고 보조와 지원의 범위를 재해 시점까지 투입된 생산비용 전체로 확대하고, 복구 지원 단가를 실거래가 100%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대림·서삼석·어기구·윤준병 등 민주당 의원들은 재해복구비를 현실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을 다수 발의하기도 했다. 
김소진 기자 sjkim@nongmin.com

<출처  :  농민신문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