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꿀팁] 반도체 투자? 농산물 생산·소비 생각하면 산업생태계 파악 쉬워

  • 등록일 2024-07-29
[사진][금융꿀팁] 반도체 투자? 농산물 생산·소비 생각하면 산업생태계 파악 쉬워



#직장인 A씨는 여유자금 운용처를 고민하던 중 반도체업종 수익률을 듣고 귀가 솔깃해졌다. 과거 주식 투자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 A씨는 포트폴리오를 신중히 결정하기 위해 시장을 지켜보다가 반도체 기업간 납품 이슈가 왜 발생하고, 반도체산업은 어떤 식으로 구성되는지 궁금증이 커졌다.
최근 챗GPT(지피티)의 부상으로 인공지능(AI)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반도체산업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는 전자기기와 데이터 처리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반도체업종 투자자라 해도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이상 반도체기업간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반도체산업의 구조가 어떠한지 정확히 아는 것은 쉽지 않다. 현명한 투자자로서 투자 판단을 정확히 하고, 시장 흐름을 빠르게 읽기 위해서는 한번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반도체는 ‘반(半)’과 ‘도체’의 합성어다. 온도·전압 등 특정 조건에 따라 그 성질을 바꿔 전기 흐름을 조절하고 데이터를 저장토록 하는 물체를 뜻한다. 반도체는 유기적인 산업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데, 이를 ‘바질농사’에 비유해보려 한다.
A씨의 지인 B씨는 바질페스토를 만들고 싶다며 A씨의 텃밭에서 바질을 키워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텃밭에 모종을 심고 바질을 재배해 B씨에게 전달했다. B씨는 전달받은 바질에 올리브유와 잣을 넣어 바질페스토를 만들었고, 완성된 바질페스토를 C씨에게 전달했다. C씨는 바질페스토를 이용해 파스타·샌드위치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했다.
뜬금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도체 생태계를 위의 사례에 대입하면 한결 이해하기 쉽다. 1단계로 바질을 요청받아 재배한 A씨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파운드리(foundry) 기업에 비유할 수 있다. 파운드리의 사전적 뜻은 금속 주조소지만 반도체산업에서는 제조 기업을 지칭한다. 파운드리 기업은 첨단 제조 설비와 공정을 보유하고 있어 자체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며, 팹리스(fabless) 기업의 요청에 따라 반도체칩도 동시에 제조·납품한다.
바질페스토를 목적으로 바질 재배를 요청한 B씨는 엔비디아와 AMD 같은 팹리스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팹리스 기업은 반도체 생산을 외부에 위탁하고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팹리스 기업은 위탁 생산된 반도체칩을 바탕으로 컴퓨터의 연산·그래픽 작업을 담당하는 GPU와 논리적 처리를 담당하는 CPU를 주로 제조한다. 밭은 없지만 요청을 통해 얻은 바질로 페스토를 만드는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바질페스토를 활용해 다양한 요리를 만든 C씨는 반도체제품을 기반으로 AI 기술, 데이터 처리 솔루션 등을 개발하는 구글·애플과 같은 시스템 기업으로 볼 수 있다. 대규모 기술 기업을 뜻하는 ‘빅테크 기업’인 시스템 기업들은 주요 소비자이자 파트너로서 1·2단계를 통해 생산된 반도체제품을 활용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제품, 클라우드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즉 시장의 일반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정리하면 파운드리 기업은 직접 원재료를 생산하는 ‘농사꾼’, 팹리스 기업은 목적에 따라 재료를 요청하고 제품으로 가공하는 ‘레시피 개발자’, 시스템 기업은 제조된 제품을 통해 최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리사’로 비유할 수 있다. 이처럼 반도체산업은 협력과 분업을 통해 고성능 반도체제품을 효율적으로 시장에 제공하고 있다.
반도체에 대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투자는 미시적으로는 포트폴리오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는 미래를 바라보는 시야를 더 넓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박여진 NHALL100자문센터 WM 전문위원

<출처  :  농민신문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