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농산물 소비 촉진사업의 효과 높이려면

  • 등록일 2021-10-18
[사진][시론] 농산물 소비 촉진사업의 효과 높이려면


무분별 판매 경쟁…값 하락 부작용 소비패턴 분석 등 통해 수요 창출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위해 다양한 소비 촉진사업을 펼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판매 부진을 겪는 농가들을 돕고자 정부는 몇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수백억원의 예산으로 할인쿠폰을 발행했다. 정부는 소비쿠폰뿐 아니라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에 판촉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지역농산물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 대기업 회장도 생산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한 농산물 판매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농산물을 홍보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소비 촉진사업은 과잉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판매해, 어려움에 처한 농민을 돕는다. 수입 농산물이 우리 식탁을 점령한 상황에서 국산 농산물의 시장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런 단기적인 소비 촉진책이 과연 농산물 과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소비자들은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과잉 영양 상태를 걱정한다. 사람이 섭취할 수 있는 칼로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식품 소비 촉진책의 효과는 미흡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 품목의 소비 확대는 다른 품목의 소비를 감소시키는 대체효과를 낳다보니 농산물 전체적으로는 소비 증진 효과가 미진하다. 또 저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선, 일시적인 판촉으로 평소 구매량 이상을 구매한 소비자는 미래에 소비할 물량을 미리 구입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보면 소비량을 늘렸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무분별한 판매 촉진은 지역간 경쟁을 심화시켜 오히려 가격 하락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 한 지자체가 유통업체에 판촉비를 지원해 지역농산물을 시장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면 일시적으로는 판매 물량이 증가하겠지만, 경쟁하는 지자체가 동일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실제 판매량은 증가하지 않고 소비자가격만 하락하게 된다. 이때 할인가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농산물을 정상가에 구매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유형의 소비 촉진사업은 소비 진작보다는 가격 하락이라는 부작용이 더 크고, 중간 유통업체의 배만 불린다.

농산물의 수요 확대정책은 농가소득 증대와 국내 농업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책 개발에 앞서 소비패턴·유통구조 등을 자세히 파악하는 작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소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처럼 착시효과를 보이거나, 지역농산물간 경쟁만 유발하고 전체 소비량은 확대되지 않은 사업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국산 농산물 소비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려면 외국산을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새로운 가공제품 개발, 중장기 저장기술 개발 등 창조적 수요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외국산과 견줘 국산 농산물의 우수성 등을 강조하는 홍보사업이나 가공·외식 부문에 대량으로 쓰이는 수입 농산물의 국산화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천연 과즙이 함유된 음료 개발로 과일 소비를 진작한 사례처럼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새로운 가공제품을 개발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일시적으로 공급물량이 넘쳐 가격이 폭락할 때를 대비해 일정 기간 농산물을 저장할 수 있는 기술도 중요하다. 새로운 수요 창출방안으로 의약품·바이오산업용 원료 농산물 개발, 수출 확대 등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단기적인 소비 촉진책과 더불어 중장기적 수요 증대방안을 효과적으로 추진해 우리농산물의 판로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김동환 (안양대 교수·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

<출처  :  농민신문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