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지방’ 소비 ‘수도권’ 에너지 수급불균형 심각 경북·부산 등 논의 ‘활발’ 최근 전력자급률에 따라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력 생산은 비수도권, 전력 소비는 수도권’이라는 양극화 구조에서 모든 지역이 동일한 전기요금을 내도록 한 전기요금체계를 손보자는 것이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 논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0여년 전에도 석탄·화력·원자력 발전소가 집중적으로 들어선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올 들어선 정치권과 경북·부산 등 지자체에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 논의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10월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부산 남구갑)은 한국전력공사를 대상으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전기 생산은 지방에서 하지만 소비는 수도권에서 훨씬 많이 하는 소비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역별로 요금을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지난해부터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과 관련한 용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에는 경북도가 ‘전기요금 차등제 실현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국회에서 열기도 했다. 이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전기요금 차등제가 국회에서 정식으로 논의돼 지역간 에너지 불균형이 하루빨리 해소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력수급 불균형을 문제로 꼽는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강원·충남·전남·경북·경남·부산·인천 등 7개 시·도의 전력자립도는 전국 평균인 108%를 웃돌았다. 반면 서울은 전력소비량이 17개 시·도 가운데 세번째로 높았지만 전력자립도는 3.9%로 최하위권이었다. 전력소비량이 1위인 경기도는 전력자립도가 60.1%에 불과했다.
이는 수도권 전력수요를 담당하는 대형발전소가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비수도권에만 있고, 석탄·화력 발전소 등은 비수도권이 수도권에 비해 4.9배나 많다. 이런 전력수급 불균형으로 비수도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 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송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설홍수 대구경북연구원 지역산업연구팀장은 “전력을 송전할 때 거리가 멀수록 손실이 발생하는데 이에 따른 비용은 모든 지역이 동일하게 부담하고 있다”며 “발전소가 들어선 기초지자체는 전기요금을 싸게 해주면서 송전거리별로 지역에 따라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에 대한 법적 근거는 이미 있다. 한전이 전기사업법 제15조에 의거해 제정한 ‘송·배전용 전기설비 이용규정’은 지역별로 다른 송전요금을 매기고 있다.
수요지역별 송전이용요금단가를 보면 기본요금은 모두 매달 1㎾(킬로와트)당 667.61원으로 동일하지만 사용요금이 수도권은 1㎾h(킬로와트시)당 2.44원, 제주를 제외한 비수도권지역은 1.42원으로 1원가량 차이가 난다. 다만 지금은 사회적 수용성 등을 이유로 모든 지역에 동일한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설 팀장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는 특정 지역만을 위한 건 아니다”며 “비슷한 입장을 가진 지자체가 의견을 모은다면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은정 기자
<출처 : 농민신문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