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내(수원시 권선구 곡반정동)에 건물과 건물 사이에 아직 빈터로 남아 있는 약 50평 정도의 땅이 있다.
그 터에 어떤 분이 농사를 짓고 있다.
봄에는 시금치와 근대를 재배하고,
초여름이 되면 고구마와 땅콩을 심고 9월 말 쯤 수확하고,
곧 배추, 무, 갓 같은 걸 심어서 된 서리가 오기 전에 수확한다.
모든 작물들의 작황은 좋은 편인데 다른 도시농업을 한다는 이들처럼 여러 가지 상표가 붙은 축산부산물 비료 같은 것을 쓰는 걸 보지 못했다. 요소 같은 비료를 쓰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분의 부지런함에 대해서도 경의를 표하지만 그 분의 햇빛을 받는 땅을 쉼 없이 활용하시는 태도에 대해서도 경의를 표한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우리나라는 온대지역이어서 농사짓기 좋은 기후를 갖은 나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인구 밀도는 대단히 높은 나라다. 홍콩이나 싱가폴 같은 도시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고(한국; 478명/평방 km, 일본: 337명/ 평방 km, 중국: 143 명/평방 km), 거기에 더하여, 국민 한 사람당 돌아가는 농지면적도 세계에서 가장 적다. (한국: 한 사람당 90 평, 중국: 240 평, 인도: 360 평, 미국: 1464 평)
이런 어려운 농업 여건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자장 높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이 농사를 썩 잘 지어왔기 때문이랄 수 있다.
같은 땅에서 특별한 시설 없이 세 번까지 농사를 짓는 부지런함과 슬기 같은 것이, 넓지 않은 농토를 가지고도 많은 사람을 부양할 수 있게 한 거라고 생각하며 앞에서 이야기한 눈이 땅을 덮지 않았을 때에는 늘 작물이 있는 그 곳을 지날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