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과수원길 협동조합 직원들이 천연염색 천으로 물든 포도밭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새 경기 공동체 이끄는 참 사회적 기업 (4)과수원길 협동조합
“우리 마을에 고독사는 있을 수가 없어요. 밥도 함께 먹고, 한나절이라도 안보이면 모두 이상
하게 생각한다니까요.”
30여가구가 함께 모여 사는 김포시 하성면 양택2리는 농촌에서 보기 힘든 에너지가 넘치는
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마을의 12명의 농부들이 함께 만든 과수원길협동조합이 농촌에 활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주역이다.
“함께 일하고 밥 먹고…마을 사람들은 한 식구”
윤효경 대표는 마을사람들과 함께 지난 2013년 행정안전부로부터 마을기업 인증을 받고, 유
기농 과수원 가꾸기와 체험활동, 천연염색, 두부 만들기 체험 등 각종 수익사업과 마을의 공
동체 활성화도 함께하고 있다.
윤효경 대표는 “소비자들이 더 좋은, 건강한 과수를 찾으면서, 유기농 과수원을 시작했지만,
생각처럼 결과가 좋지 않았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과수원 체험학습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마을사람들과 함께 할 방도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또, 수확물을 파는 것까지 하기에는 일손이 부족한 어르신들을 돕기 위한 방법도 함께
생각했다”며 “영농법인과 협동조합 중 어느 방식을 택하는 것이 좋을까 고심하다 협동조합
방식을 택했는데, 마을사람들이 모두 함께 참여해서 함께 일하고, 한 만큼 가져가는 방식이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합은 처음 만들어지고부터 활동영역을 늘려 왔다. 처음에는 유기농 과수원에서 생산되는
과일들과 마을사람들이 재배하는 농산물을 함께 공동으로 팔기 위함이었지만, 지금은 쪽, 양
파껍질, 과수, 각종 나무 등을 활용한 천연염색과 쑥개떡 만들기, 포도·배 수확 및 잼, 식초 만
들기, 두부 만들기, 비누 만들기, 과일송편 만들기, 김치 만들기 등 여러 체험학습을 함께 하
고 있다.
유기농 재료를 이용해 진행하는 체험학습은 깐깐한 어머니들의 눈높이도 통과해 매년
2000~3000명의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등이 이 마을로 체험학습을 오면서 조용한 마을이 떠
들석해졌다.
윤 대표는 “체험학습은 결국 아이들이 손으로 만지는 것인데, 유기농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어머니들도 안심하고 보내는 것 같다”며 “최근에는 마을로 오기 힘든 학생들의 학교에서 유
기농재료를 활용한 체험학습을 해달라는 요구가 있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학교에 재료를
가지고가 체험학습을 하고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의 발전은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하는 활동들이 많아지면서
삼삼오오 모인 마을 어르신들은 일상에 대한 담소를 나누고, 자연스레 이웃간의 장벽도 허물
어지고 있다.
윤 대표는 “우리 마을에는 담장도 없고, 특별히 문을 잠그고 다니는 사람도 없다. 마을 주민들
사이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며 “밥도 함께 먹고, 함께하는 활동에 오지 않으면 어디갔나 전화
도 하다 보니 옆집이 자식들을 보러갔는지, 누가 왔는지 모두 알 수 있는 마을이 됐다”고 말
했다.
조합은 지난 2015년 경기도의회에서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표창장을 수상했고, 이
듬해에는 천연염색을 활용한 옷이 김포의 관광상품으로 지정돼 김포 시내 전시장 두 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윤 대표는 “앞으로도 체험학습 참가자들에게는 재밌는 체험과 농촌에 대한 경험을 선사해주
고, 조합원들은 소일거리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학습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저작권자 © 인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