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 잘 되라는 격려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비상하려는 사람에게는 다시는 고생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라는 의
미로 “꽃길만 걸으세요!”라며 응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매일매일의 생생한 현실에서는 물론 꿈속에서까지, 실제로 꽃길을 걷는 사람
이 있다. 꽃농사를 지으니 자나 깨나 꽃길을 걸을 수밖에.
김포 이원난농원의 화사한 꽃길을 독자들과 함께 걸어본다.
■ 부친은 세계 돌며 서양란 원종 2,500여 점 수집
김포시 월곶면, 땅값이 아닌 물과 바람 등 청정의 자연만을 바라보고 김포의 북서쪽 끝자락에 자리 잡은 이원난농원(www.leewonnan.co
m)은 동양에서 가장 큰 난농원으로 꼽힌다. 사실 대지 면적 15,840㎡(4,800평)과 하우스 면적 9,240㎡(2,800평), 직원이 가족 4명을 포
함해 10명인 외형으로 볼 때 ‘동양 최대’라는 말은 수긍하기 어렵다. 하지만 보유 원종이 무려 2,500여 점이나 된다는 설명에는 갸웃하던
고개를 똑바로 세우고 끄덕일 수밖에 없다.
이원난농원의 기틀은 이중길 전 대표(77)가 다졌다. 그는 국내에서 난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던 1970년대에, 해외로 눈을 돌려 남미
와 아프리카까지 다니며 서양란 원종 수집에 나섰다. 원종 보유야말로 국가적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일찍이 눈을 떴던 셈인데,
이는 오늘날 국제적으로 종자 확보를 위한 경쟁이 격렬해질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중길 전 대표가 정신적 지주이자 스승으로서 지금도 농원 운영에 손길을 보태고 있는 가운데, 그의 아들인 이청 현 대표(49)는 유통다각
화와 사회공헌 등에 눈을 돌리며 난이 국민의 일상생활과 연계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 아들은 소비자와의 소통으로 난 문화 확산 도모
부친으로부터 경영 수업을 받으며 199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농원 경영에 참여하게 된 이청 대표는 당시 불어 닥친 전자상거래의 바람을
보며 유통경로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같은 깨달음은 현재 이원난농원의 대체적인 매출 비중이 경매 40%, 상인들의
농원 방문구매 및 택배 25%, 일산 매장 판매 20%, 인터넷 판매 15% 등으로 분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반 화훼농가는 매출이 대체로
경매에 편중됨으로써 가격 결정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원난농원은 판매가격을 사실상 직접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청 대표는 또 농원과 소비자의 심리적 거리를 단축시켜야 화훼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농원을 다양한 방법으로 개방했
다. 대표적인 것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난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2010년 농촌에듀팜을 개설한 것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지원으로 시
작된 에듀팜은 체험을 통해 학생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난의 생리와 재배 및 관리 요령을 전파하는 통로가 됐다.
이원난농원이 여러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등 교양 프로그램의 촬영지로 제공되는 것도 시청자와의 소통을 통해 난 재배와 소비문화를 확산
시키겠다는 이청 대표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뿐만 아니라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난의 효능에 대한 과제 연구를 수행해 화장품 원료로 적
합한 품종에 대한 추천 및 특허를 취득하고, 난과 강장제·차·옷감 등과의 연계성을 연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지고 보면 이원난농원
은 몇 년 전부터 거론되고 있는 농업의 6차산업화를 이미 실현하고 있다 할 것이다.
■ 홍수·김영란법 극복…“난 농업의 미래가치 주목해야”
이원난농원은 지금까지 크게 두 번의 위기를 겪었다. 한 번은 1998년 폭우로 농원이 침수돼 2년 동안 매출은커녕 복구에만 매달려야 했었
고, 또 한 번은 최근 흔히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난 소비가 급감해 자금 압박
이 심해졌다.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는 자연재해인 데다 이미 20년 전의 일이지만, 김영란법으로 인한 피해는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이청 대표의 마음고생이 컸고 현재진형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 위기마저도 기회라고 여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난은 공무원과 기업체의 인사철이나 졸업 및 입학 시즌 선물의 의
미가 강해 소비의 계절성이 너무 뚜렷하다”면서 “난을 비롯한 꽃을 일상생활에서의 소품으로 여길 수 있게 어린이들부터 꽃에 대한 접근성
을 높여간다면 난 산업은 더욱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가 원예치료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난의 미래 나
의 미래’ 프로그램을 중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2년 경기도농어민대상의 화훼부문 수상, 2017년 경기도 농업전문경영인 선정 등 이미 기술과 경영의 성과를 인정받고 있고 자신이
개발한 신품종을 문수산성·애기봉 등으로 명명해 스토리텔링 및 지역 사랑을 실천하며 인생의 꽃길을 걷고 있음에도, 신품종에 유명인의
이름을 붙여 대중화를 도모하는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의 난 문화가 부럽다는 이청 대표.
이 대표는 “난 농업은 기술과 특허, 미래가치를 지녔어도 IT를 비롯한 중소기업과 달리 저리자금을 쓰기가 어렵다”면서 “난 농업에도 반드
시 미래가치를 반영한 지원이 이뤄져 농가에 희망을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업 관련 국가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소비자들이 난 농업의 미래가치를 인정하게 되면, 이원난농원 나아가 대한민국의 화훼산업이 진정
한 꽃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글_김흥선 기자 농민신문 khs6666@nongmin.com 최고 관리자 20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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