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모태펀드 업무 이관 추진…“농업투자 위축 우려”

  • 등록일 2022-12-16
[사진]농식품모태펀드 업무 이관 추진…“농업투자 위축 우려”


정책펀드 일원화 논의 재점화 한국벤처투자가 도맡아 관리 인력·비용 절감 실효성에 의문 “농업·금융 이해력 취약” 지적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과 한국벤처투자로 나뉜 정책펀드 관리기관을 일원화하자는 논의가 재점화됐다. 정부가 출자하는 모태펀드 운용을 모두 한국벤처투자에 맡겨 효율을 높이자는 얘기다. 하지만 농금원이 관리하는 농식품모태펀드가 한국벤처투자로 이관되면 농업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다.

새 정부 출범 후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농식품모태펀드 업무 이관 등을 포함한 혁신계획안을 도출했다. 2011년에 불거진 정책펀드 일원화 논의를 다시 꺼낸 셈이다. 기재부가 10월말 마련한 계획안엔 농금원 정원을 20명 감축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농식품모태펀드 업무를 한국벤처투자로 이관하면서 관련 인력 18명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두 기관에 중복된 업무를 통합하면 펀드관리 효율을 높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농업계 생각은 다르다. 관리기관을 통합해도 실질적인 인력 감축은 없고 관리수수료만 되레 높아지는 만큼 비용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 농식품모태펀드를 활용한 청년농 육성과 농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등이 반영된 만큼 농업과 금융 모두에 이해를 갖춘 기관이 펀드를 관리하는 게 더 효율적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국벤처투자는 중소기업 진흥을 비롯해 문화·관광·영화·스포츠·특허 분야의 모태펀드를 관리한다. 이 때문에 농업 스타트업 등에 대한 경영·기술지도 역량은 상대적으로 취약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금원은 농식품투자조합법에 따라 2010년부터 농식품모태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10여년 경험이 쌓인 만큼 농업 투자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경영체 영세성, 높은 투자위험, 긴 회수기간 등에 이해력이 뛰어나고 민간 투자자를 농업분야로 유인하는 노하우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상훈 성일농장 대표는 “9만9174㎡(3만평) 규모로 애플수박을 재배하다가 2019년 작황부진으로 큰 위기에 봉착했는데 농식품모태펀드로 운용하는 청년농 특수펀드인 ‘영파머스 펀드’에서 두차례에 걸쳐 10억원을 투자받고 경영난을 극복했다”며 “농업분야는 위험도가 높아 투자자 선호가 높지 않은데 농금원에서 자금 투자뿐 아니라 경영 컨설팅과 유통채널 매칭 등 농장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지원을 다양하게 제공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현행대로 농업정책과 연계한 농식품모태펀드 조성·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농연은 9일 성명을 내고 “농식품모태펀드 관리기관 변경은 농업 투자 축소로 이어져 농업 경쟁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경진 기자

<출처  :  농민신문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