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어르신 스마트 건강 체크, 말벗까지…“오늘도 좋은 친구~”

  • 등록일 2022-11-07
[사진]매일 어르신 스마트 건강 체크, 말벗까지…“오늘도 좋은 친구~”


[스마트한 농촌] 마을 경로당 ‘키오스크’ 설치 경북 성주 ‘스마트타운’ 가보니 고령층 202가구, 레이더 센서로 실시간 관리 심장박동수 확인·움직임 감지 위급상황 대응 스마트기기 활용한 체조수업·노래교실 ‘인기’ 지역 청년과 1대1 매칭…기기활용법 ‘멘토링’ ‘키오스크’ 하면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특히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런 스마트한 기기가 어르신들 곁에서 매일같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말벗이 돼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경로당과 스마트기기,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두개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경북 성주군 성주읍 스마트타운을 찾았다.


◆건강 지키고 취미 만들어줘= 백전리에 사는 정복용씨(90)는 오늘도 경로당으로 출석도장을 찍는다. 정씨가 경로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 무인단말기)가 그를 맞이한다. 키오스크 센서에 개인카드를 갖다대자 작동을 시작한다. 키오스크는 정씨 얼굴을 인식하고 5초 만에 건강상태를 측정했다. 체온은 35.9℃, 맥박은 81회, 이밖에 혈압·산소포화도도 정상이다. 이렇게 성주읍에는 40여개 키오스크가 마을 경로당마다 설치돼 있다.

경로당에 상주하며 어르신들과 함께 생활하는 행복도우미 김주연씨(33)는 “처음엔 키오스크를 생소해하던 어르신도 이제는 습관적으로 이를 찾는다”며 “매일 건강상태를 수치화해서 알려주니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주읍 경로당에 스마트기기가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당시 행정안전부에서 ‘스마트타운 조성 공모사업’을 진행했는데 성주군이 최종 선정돼 ‘ICT 지능형 온(溫)택트 세대융합’이라는 사업을 시행하게 된 것. 진행사업은 크게 3가지로 ▲경로당 활성화와 심신 케어(Care) ▲인공지능(AI) 지능형 안심 케어 ▲세대융합 멘토링이다. 키오스크 활용은 ‘경로당 활성화와 심신 케어’에 해당한다.

이밖에 가정에서 건강관리를 돕는 ‘인공지능 지능형 안심 케어’도 있다. 성주군은 고령층 202가구에 실시간으로 심장 박동수를 체크하고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 센서를 설치했다. 위급상황이 생기면 보호자와 군청에 알림이 간다.

장명옥 성주군청 가족지원과 팀장은 “성주군은 인구 3분의 1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이고 홀몸어르신만 5000명에 이른다”며 “홀몸어르신이 쓰러져 뒤늦게 발견되는 사고가 종종 있었는데, 스마트기기를 도입하여 이를 막고자 했다”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스마트기기는 건강만 지켜주는 게 아니라 건전한 취미생활에도 도움을 준다. 경로당에선 일주일에 한두번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체조수업을 진행한다. 태블릿PC와 모니터를 연결해 어르신들이 어려운 동작도 쉽게 따라 하도록 돕는다.

노래도 어르신 맞춤형이다. 예를 들어 어르신에게 인기가 좋은 트로트 가수 임영웅 노래 ‘바램’에 맞춰 흥겹게 몸을 풀고 체조를 한다. 반응도 뜨겁다. 체조수업을 안하는 날에는 다함께 모니터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노래교실이 열린다. 행복도우미 김씨는 “이전엔 경로당에 와서 대화하는 게 전부였는데 스마트기기를 활용하고 나선 어르신의 취미생활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어려운 스마트기기 쉽게 배운다= 최근 성주군은 마을 어르신과 청년들을 매칭해 스마트기기 활용법을 배우는 강의인 ‘세대융합 멘토링’을 열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경북대학교 학생과 지역 고등학생들이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활용법을 1대1로 알려줬다. 청년들은 어르신에게 창업 노하우나 귀농·귀촌 정착 꿀팁을 배웠다.

어르신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방법, 가족에게 사진을 보내는 방법을 학습했다.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방법을 배울 때는 메뉴 정하기, 결제하기 등 난관이 있었지만 여러번 반복한 끝에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됐다.

수업을 들었던 김재분씨(86)는 “경로당에 있는 키오스크는 매일같이 사용해서 익숙하지만 시내만 나가도 햄버거가게·카페에 어려운 키오스크가 버티고 서 있어 갈 엄두가 안 났다”며 “학생들이 친절히 설명해줘서 이제는 손주들 간식 사줄 때도 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주군에서는 앞으로 스마트기기 개수를 더 늘릴 계획이다. 더 많은 경로당에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TV 모니터로 보여줄 다양한 콘텐츠도 추가로 제작할 예정이다.

성주=서지민 기자, 사진=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출처  :  농민신문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