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적 FTA로 식량주권 역행”

  • 등록일 2023-09-06
[사진]“동시다발적 FTA로 식량주권 역행”



20년 전인 2003년 9월10일, 멕시코 칸쿤의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의장 앞에서 회의를 저지하려는 농민투쟁이 벌어졌다. 이때대오를 선도하던 농민운동가 이경해씨(전 전국농어민후계자협의회장)가 “WTO가 농민을 죽인다(WTO kills farmer)”고 외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전세계에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전세계 농민들의 결집을 촉발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20주기를 맞아 이를 기념하는 토론회가 5일 국회에서 열렸다. ‘반세계화 칸쿤 농민투쟁 20년, 신자유주의 시장개방 20년의 고찰’이라는 이름으로다.
칸쿤 이후로 지속된 농민들의 저항에도 농산물시장 자유화는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됐다. 한국은 칸쿤 농민투쟁 이듬해인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부터 시작해 세계 각국과 동시다발적인 FTA를 추진했고, 현재 59개국과 21건의 FTA가 발효된 상태다.
토론회에선 WTO체계에서 잇단 FTA 체결이 우리 농업 파탄의 주범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수입 농축산물 증가로 우리나라 식량 생산기반은 위축되고, 특히 글로벌 식량시스템이 소수 초국적기업에 의존하게 되면서 국가 식량안보도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부작용에 대한 반성에서 전세계적으로 ‘식량주권’이라는 개념이 최근 부각되고 있지만 한국은 이런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윤석열정부는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물가를 핑계로 저율관세할당(TRQ)을 남용하는 게 대표적”이라고 꼬집었다.
토론회에선 농민 권리를 보장하는 무역시스템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 부소장은 “식량주권 원칙에 입각해 중소농 주도의 식량체계를 보호·증진하는 더 나은 공공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건 오디 비아캄페시나 사무총장도 “현재 소수 초국적기업이 식량시스템을 결정하고 있다”면서 “결정권을 민중의 손에 돌려주기 위해 식량주권에 기반한 새로운 무역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한편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11일 전북 장수의 한국농업연수원에서 ‘농민운동가 이경해 열사 20주기 추모식’을 거행한다. 이학구 한농연 회장은 “농업·농촌·농민을 위해 헌신한 이 열사의 수많은 업적을 14만 한농연 회원 모두가 상기할 것”이라면서 “한농연이 건강한 농업·농촌 재건의 최선봉에 서겠다”고 밝혔다. 
양석훈 기자

<출처  :  농민신문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