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거래 혐의 중도매인 고발…‘네 탓 공방’ 속 운영 파행 우려

  • 등록일 2023-09-13
[사진]불법거래 혐의 중도매인 고발…‘네 탓 공방’ 속 운영 파행 우려



서울 강서시장의 시장도매인들이 같은 시장에서 영업 중인 중도매인들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강서시장에서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 간 불법 거래가 적발된 이후 유통주체간 고소·고발이 잇따라 제기되는 등 시장 내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불법 거래 차단과 갈등 중재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서시장, 불법 거래 후폭풍…유통주체간 고소·고발 난무=강서시장의 유통주체간 고소·고발은 지난해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 간 불법 거래가 적발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2021년 11월∼2022년 2월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불법 거래 실태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를 지난해초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2020년 시장도매인 전체 60곳 가운데 58곳이 중도매인(144곳)과 거래했고, 거래규모는 637억6700만원이 넘었다. 이는 강서시장 전체 거래액의 4.33% 수준이다.
‘농안법’ 제31조 제2항은 ‘도매시장 개설자가 허가한 농수산물을 제외하고 중도매인은 도매시장법인이 상장한 농수산물 외의 농수산물은 거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제37조 제2항은 ‘시장도매인은 해당 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에게 농수산물을 판매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 간 거래는 모두 불법이다.
불법 거래 적발로 야기된 고소·고발 사태는 강서시장의 한 도매시장법인에서 시작됐다. 강서청과는 올해초 불법 거래로 적발된 시장도매인 58개사를 ‘농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형사고발 했고, 이어 올 7월에는 강서시장의 다른 도매시장법인 2곳과 함께 시장도매인을 상대로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2019∼2020년 발생한 불법 거래로 도매시장법인들의 거래규모가 줄었고, 이에 따라 위탁수수료 수입 약 42억원을 손해 봤으니 시장도매인들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논리였다.
형사고발에 이어 민사소송까지 제기되자 시장도매인 또한 반격에 나서며 사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는 이달 7일 2019∼2020년 불법 거래에 가담한 강서시장 중도매인 144명을 ‘농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며, 불법 거래에 있어 중도매인들의 책임이 더 무겁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도매인은 구매 고객에 대한 신분 확인 권한이 없고, 거래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고의로 시장도매인에게 농산물을 구매한 중도매인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다.
시장도매인연합회 관계자는 “중도매인과의 거래금액은 전체 매출액의 3% 정도에 불과해 시장도매인이 불법 거래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거의 없다”며 “농산물을 고의로 판매한 것이 아닌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서시장 경매제·시장도매인제 영업장소 분리 시급…전문가 “중재 나서야”=시장 관계자들은 유통주체간 고소·고발로 강서시장이 파행 위기를 맞게 된 것에 대해 불법 거래를 근절하지 못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강서시장 개장 이후 같은 시장에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라는 두개의 거래제도가 병존하다보니 불법 거래의 발생 가능성이 컸음에도 적극적인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이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현재 강서시장의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의 영업구역은 가운데 도로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분리 장벽이 없어 물류 동선이 겹치는 등 불법 거래가 용이한 상황이다.
실제 2020년 강서청과가 시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장소 분리조치 시행거부처분 취소소송’ 1심과 2심에서 각 법원은 개설자인 서울시가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의 영업구역을 명확히 분리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영업장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동일한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불법 거래 적발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불법 거래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도매인 측도 영업구역 분리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임성찬 시장도매인연합회장은 “강서시장을 시장도매인 전용 시장으로 전환하든지 영업구역을 철저히 분리해 불법 거래를 원천 차단하든지 강력한 조치를 통해 범법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떨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유통주체간 갈등으로 시장 운영이 파행으로 치닫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통주체간 고소·고발로 시장 운영에 문제가 생길 경우 결국 피해는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며 “전문가와 개설자 등이 모여 갈등을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시장 내부적으로 갈등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

<출처  :  농민신문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