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시간은 우리 농장에 오신 분들이 어떤 부분에서 만족하고 좋아하는지를 배우는 시간이고, 앞으로 농장을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하는지를 계획하는 시간이며, 칭찬에서는 일할 원동력을, 질책에서는 바로잡아야 할 부분을 명확히 하는 시간이다. 즉, 이 시간은 농부가 아닌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의 성적을 확인하는 순간인 셈이다.

맛동산 체험농장은 인근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체험학습장으로도 인기만점

도시에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농사를 시작한 건 연로하신 부모님의 가업을 잇기 위해서였다. 귀농을 결심하면서 ‘농사는 분명 1년을 기다려야 소득을 얻는 것’이라고 스스로 다독였건만 3남 1녀 다둥이 아빠인 내게 수입 없이 지출만 계속되는 생활은 직장생활의 월급에 익숙해진 마음을 자꾸 조급하게 만들었다.

전업농으로의 전환에 고민이 가득했던 그때, 평소에도 아이디어 뱅크인 아내가 체험농장을 제안했다. 체험농장은 방문객들이 일정 금액을 내고 체험을 하니 본격적인 수확에 앞서서 수입이 들어올 것이고, 체험 중에 우리 귤을 맛보면 우리 제품에 대한 신뢰도 쌓일 것이며, 구매로 이어지면 새로운 판로도 개척될 것이니 일단 한번 시작해보자는 것이었다.

두 번째 난관은 갑자기 찾아오는 체험객이었다. 일하는 중간에 누가 오면 응대할 시간이 없어 힘들게 찾아온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돌려보내야 해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몇 차례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우리는 체험을 예약제로 받기로 했다. 운영 시간에 맞춰 방문객 수가 파악되니 오전에는 감귤 수매와 택배 작업에 몰두하고, 오후 시간에는 오롯이 체험에 집중할 수 있어 방문객들을 좀 더 세심하게 대할 수 있었다. 이렇게 오전에는 농업인, 오후에는 서비스업 종사자로 투잡러가 된 이후부터 체험객들의 ‘좋아요’ 리뷰가 두 배, 세 배씩 늘기 시작했다.

농장의 모든 체험은 100% 사전 예약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단체 방문객도 거뜬히 감당해 낼 수 있다

세 번째 난관은 프로그램의 차별화였다. 감귤을 따고 먹고, 일정량을 가져가는 체험농장은 제주도에 100곳도 넘는다. 따라서 뭔가 우리 농장만의 필살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아내는 제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마케팅교육을 받았고, 정(情)마케팅과 향기 마케팅을 도입했다.
해외 좋은 리조트에 방문하면 받는 웰컴티에서 영감을 얻어, 체험객들에게 농장에서 가장 맛있는 귤로 만든 차를 무상으로 대접한다. 또, 향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에 착안해 감귤과 한라봉으로 만든 쿠키와 마들렌을 역시 무상으로 제공한다. 달콤한 향기와 따뜻한 인심에 감동한 고객들은 리뷰에 웰컴티와 쿠키를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웰컴티를 맛 본 체험객들의 요청으로 시작한 감귤청 만들기 프로그램

그리고 또 다른 차별화는 체험객의 눈높이에 맞는 농장 환경 관리다. 전정할 때 체험객이 쉽게 수확할 수 있게 수형을 조절하고, 1년 내내 체험객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감귤 품종을 다변화했다. 또, 농장의 경관을 개선을 위해 예쁜 구조물들을 설치해 체험 중에 잠깐 쉬기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게 만들었는데 제주의 푸른 하늘과 사계절 초록빛인 귤나무와 잘 어우러져 어느새 인★그램 사진 맛집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 덕분에 우리 농장의 체험예약은 늘 조기 종료다.

* 믿을만한 일꾼이자 동업자 아들과 함께 일하는 문호진 대표

전문분야소개

• • 품목 : 감귤
• • 맛동산감귤체험농장 대표
• • 주소 : 제주 제주시

나는 농사꾼으로서 ‘농사의 본질은 좋은 품질의 농작물을 생산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늘 마음에 품고 산다. 하지만 거기에 한 가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보자고 마음먹었더니 1년을 기다리던 수입이 매달 생기고, 직접 판매가 많아져 판로가 넓어지며, 체험객들에게 칭찬받고 싶어 더 맛있는 감귤, 더 멋진 농장을 만들어보자는 의지가 생겼다. 성실함이 무기인 농업인들이여, 지금 가슴에 ‘서비스 마인드’라는 씨앗을 심어보자. 그럼 분명 10배, 20배의 기분 좋은 성과를 맛보게 될 것이다.